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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

미국 빅테크의 반격 - 공정위 규제가 비관세 장벽이 된 이유

by Y-Blog 2025. 11. 3.

 

미국 빅테크의 반격 - 공정위 규제가 비관세 장벽이 된 이유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불씨가 붙었다.

그 중심에는 구글, 애플, 넷플릭스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가 있다.

최근 미국 측이 이 규제를 ‘비관세 장벽(Non-tariff Barrier)’으로 규정하며 외교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1. 관세보다 더 뜨거운 ‘규제 전쟁’의 본질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공정위가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독점 금지법(OPMA)’이 있다.

이 법은 구글·애플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국내형 디지털시장법으로,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MA)’을 참고해 설계됐다.

하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보수 진영에서는 이 법이 자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입장은 단순하다. “한국이 공정 경쟁을 명분으로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

즉, 관세가 아닌 규제로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비관세 장벽’이라는 해석이다.

 

컴페테레 재단 보고서는 “공정위의 규제가 향후 10년간 양국의 경제성장 손실을 1조 달러 이상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기업이 약 5250억 달러, 한국 중소기업이 약 4690억 달러의 피해를 본다는 수치도 제시됐다.

 

 

2. 미국의 논리 - ‘공정위 규제는 반(反)시장적’

미국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정리된다.

 

  • 첫째, 선택적 규제 - 미국 기업은 규제 대상이지만, 한국 재벌이나 중국 경쟁사는 제외됐다는 주장.
  • 둘째, 외국인 투자 위축 - 과도한 규제가 한국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논리.
  • 셋째, 무역 긴장 고조 - 규제가 한미 간 디지털 무역 협력을 약화시킨다는 지적.

 

특히 미국 측은 “한국의 조치가 중국 기업들에는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친중 효과론’을 제기했다.

이 주장은 트럼프 진영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향후 미 대선 국면에서도 정치적 카드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3. 한국의 입장 - ‘디지털 주권은 선택이 아닌 생존’

반면 한국 공정위는 이번 법안이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국내 디지털 생태계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구글·넷플릭스 등이 ‘망 중립성’을 이유로 망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반면,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기업은 매년 수백억 원을 부담하고 있다.

이 불균형 구조는 결국 ‘공정 경쟁’을 해친다는 것이 한국의 논리다.

 

또한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제한, 유튜브의 일본해·다케시마 표기 논란 등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주권 문제로까지 확장된다.

한국 입장에서 보면 공정위의 규제는 ‘경제적 방어선’이자 ‘디지털 주권 수호선’인 셈이다.

 

 

4. 트럼프 진영의 움직임 - ‘빅테크 민원’을 무역 카드로

이번 사안이 더욱 복잡한 이유는 정치적 배경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은 이 문제를 자국 경제 회복의 기회로 보고 있다.

트럼프 진영 인사들과 미 상공회의소 등은 공정위 규제를 ‘미국 기업의 자유를 억압하는 조치’로 규정하며, 이를 무역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결국, 빅테크 기업들의 불만은 ‘정책 민원’ 수준을 넘어, 한미 무역 협상 테이블 위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복귀할 경우, 이 문제는 디지털 무역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 앞으로의 방향 - ‘디지털 규제 표준화’의 필요성

이 논란이 시사하는 점은 명확하다.

디지털 규제는 더 이상 국내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통상 이슈가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은 유럽처럼 ‘규제 표준화’를 추진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디지털 법제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내 기업의 자율성을 보호하면서도 빅테크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균형 잡힌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나 외교적 양보는 오히려 국내 기술 산업의 주도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

 

 

결론 - 규제는 무역의 새로운 전쟁터

관세 시대는 저물고, 규제 시대가 열렸다.

공정위의 플랫폼 규제는 단순한 법이 아니라 디지털 패권 전쟁의 전략 무기이다.

미국은 이를 ‘비관세 장벽’이라 부르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디지털 주권의 방패’다.

 

한미 간의 충돌은 불가피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누가 규제의 기준을 세우느냐이다.

그 기준이 곧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질서를 결정할 것이다.